아인스타인과 만난 원효 대사
원효와 소광섭 교수를 안주
삼아서...
점심, 외출을 준비하고 나갔다가 다시 집으로
들어가 잠바를 챙겨
가방에 넣었다. 코벤트 가든으로 가려던 일정을 바꾸어 멀리 기차를
타고 바다를 보러 가기로
했다.
어제 먹다만 술병도 챙겨 놓고 친구가 이번에 보내준 책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그리고 메모지를 챙겨
넣고 출발했다.
작품에 들어갈 대본을 써야하는데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는다.
10대말 과 20 대 초의 젊은이들의 사랑과
좌절에 대한 이야기가 주
제인데..나는 이 10대 말이나 20대의 세계로 감정이입이 되지 않는
다. 이제 멀리 떠나온 나이에 내
감성은 죽어있다.
우선 아무 생각을 하지 않기로
했다. 무심히 창 밖을 보다가 노트를
펴들고 메모를 시작했지만 진척이 없다. 기차는 헤이스팅에 닿고
역에 내리자 마자 다시 나는
마크엔 스펜서에 들려 작은 와인 한병
과 안주, 그리고 초코렛 하나, 생수 한 병을 사 바다로
갔다.
늘 가면 내가 가는 장소가
있다. 바람을 피할 수 있는 방파제 옆에
가방을 내려놓고 나는 책을 펴든다. 어떻게 이야기를 시작해야할까,
무슨 이야기를 하여야할까?
에 대해서 답을 얻으러 나선 길이었지만
도무지 가닥이 잡히지 않아 결국은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을 펴든
것이다.
저자의 약력을 보니 서울대 물리학과 교수이다. 책은 세 부분으로
저술 되었다. 첫번째는 물리학적
자연관, 두번째 파트는 관찰자와
현상, 그리고 마지막 파트는 기신론의
자연관이다.
물리학과 원효의
대승기신론
이 책은 오랫동안 사실 읽고
싶었던 책이었다.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를 감명 깊게 읽고 나는 그 원효의 기신론을 바탕으로 한국미학
이론의 가능성을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었다.
이것은 십 수년전 부터 내 머리 속에 항상 떠나지 않은 내 숙제같은
것이었다. 그런데 물리학자가
대승기신론에 대해서 물리학과 대입해
저서를 내었다니...이것은 정말 멋있는 일이다.
거의 5년 전 책 제목 과 서평을 보고
꼭 한번 읽어보고 싶은 책이었으나
그동안 기회가 닿지 않아서 읽지 못했던 책이다.
그런데 이번에 고맙게도 다른 대승기신론책과 함께 9권의 보고
싶은
전문 서적을 보내주어 받았다. 아무튼 첫번째 파트 물리학적 자연관은
재미있게 읽었다. 저자가 물리학자라 그런지 물리학적
자연관은 해박한
물리학적 지식으로 비교적 잘 써서 즐거운 마음으로 재미있게 읽었다.
주역을 공부할 때 주역과 물리학의 연관
관계를 깊이 사색한 적이 있었다.
역이 사물의 근본 원리와 관계를 설하고 있는 것과 물리학이 사물의 근본
성질을 규명한 것은 거의
같은 원리이다.
실제로 역에서 규명한 음과 양의 논리가 물리학에서 밝혀지고 사상과
팔상이론을 뒤 따르는 원소 이론이 물리학에서
나오기도 했다. 최근에
다시 발견한 미립자 뉴트리온은 16개로 분열된 역의 원리를 추적하고
있는 중이다. 사실 주역을 모르면
동양학에 접근할 수가 없다.
사서 삼경은 물론 불교의 대부분 경전도 주역의 음양이론을 바탕으로 전개가
된 것이다. 물론 원효의
'대승기신론 소'도 음양의 기본원리에 기대고 있다.
소광섭 교수는 대승기신론을 정말
이해했는가?
이 첫번째 파트를 읽는 동안
집에서 가져간 술병은 비워지고 바다의
물은 2미터 정도는 빠져 나가고 갈매기들이 기웃거리며 내가 먹는 안
주를 탐하고
있었다.
양자론의 이중성 소립자론 그리고 불확정성 원리는 상당히 재미있었다.
뉴턴 역학에 대해서 깊이 알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고 저자(소광섭)
는 철학과 물리학에 대해서 깊이 사유를 하고 그 연관의 가능성을 나름
대로 확신하고 있음은 틀림없는
것 같았다.
'힘이 갖는 일반적인 작용과 반작용' 이라는 표현과 상대성 이론을 설
명하며 '물체 중심의 사고에서 사건 중심의
사고'로 전환(22P)할 것을
주장한 저자의 혜안은 정말 읽는 이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그러나 다시 역전의 마크엔 스펜서에서 산 화이트 와인 병을 비틀고
길
게 기대 누워서 2장을 다 읽을 때에 나는 이 사람이 진짜 <대승기신론>
을 알고 있는가 의심하기
시작했다.
그는 저서에서 나는
그가 대승기신론의 본질을 이해하고 있다는 증거를 찾을 수가없었다.
오락가락하던 해는 이제 서서히 기울어가고 산책객들도 다소
한산해지기
시작한다. 나는 이제 와인병을 다 비우고 마지박 파트인 이 책의 핵심이
라 할 수 있는 <기신론의 자연관>을
읽기 시작한다.
오늘이 일요일이긴 하지만 사실 나는 이렇게 한가롭게 이 책을
읽으며
대승기신론을 운운할 입장이 아니다. 하루빨리 대본을 완성해야하는데..
다시 바다로 눈을 돌려 수평선과 부는 바람..갈매기로
무심한 눈길을 주
다 다시 책 속으로 빠져 든다.
나는 지구의 반대편인 먼 바다에 있지만 지금 원효 선사를 내 곁에
초대하
고 소광섭 교수를 불러들이고 물리적 자연관에 대승기신론적 자연관이
어떻게 접목이 되고 있는가를 꼼꼼히 살펴보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결론은 소광섭 교수가
아직 멀 모르고 있다는 것으로 끝나고 책을
덮었다. 은근히 부아가 치밀었다. 잘 알지도 못하여 어떻게 이렇게 책을
써낼 결심을
했을까?
사실 교수들이 자기 저서에 욕심을 내는 것은 연구비를 타 낼수 있고 적당
히 한권 꾸며 내면 경력이나 실적에 상당한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이
<물리학과 대승기신론>은 서울 대학교 출판부에서 발행한 책으로 '서울대
학교 사범대학 교육
연구재단 지원 저술 연구 도서'로 발행된 책이다.
물론 물리학자이니 전반부의
'물리학적 자연관'은 당연 하자가 있을 수 없
다. 그러나 이 책의 핵심이 되어야할 '기신론적 자연관'은 과연 필자가 대
승기신론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가 의심스러울 정도이다.
당연 나는 돈받아먹고 실적하나
올리려고 남들이 잘 모를 것 같으니 장난친
것이 아닌가 의심하는 것이다.
책을 덥고 나는 짐을 꾸려 다시 바다를 걷기 시작한다. 가는데까지
가보자고
걸은 길이 1시간 반이나 걸은 것 같다. 이 바다를 떠날때면 늘 속이 쓰리다.
결국 아인스타인이 원효의
대승기신론에 기웃거리다 한 방 맞고 쓰러진 형국이
되었다.
(은시의
글/
서평)
.................................................................................................................
물리학과
대승기신론
소광섭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물리학과. 미국 Brown 대학교 이학박사(Ph.D.). 미국 Cornell 대학교 연구원.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물리교육학과 교수. 저서:「대통일이론」(1986), 연구분야: 양자장론 및 일반상대성이론.
차례/
머리말
Ⅰ. 물리학적 자연관
1. 아리스토텔레스적 자연관
2. 근대과학의 자연관
3. 상대성이론
4. 양자론
5. 소립자와 양자장론
6. 우주론
Ⅱ. 관찰자와 현상
1. 고전역학
2. 상대성이론
3. 양자역학
4. 양자장론
Ⅲ. 기신론의 자연관
1. 기초배경
2. 기신론의 이론적 해설
3. 기신론의 자연관
4.
기신론과 미래 과학
부록 : 대승기신론 - 번역과 원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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