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빈 논에서 벼 이삭을 줍던 그 때,
아침 준비를 하려고 쌀을 꺼내 쏟아부으며, 바닥으로 흩어진 몇 알의 쌀알을 보고
본능적으로 소중하게 줍는다. 작은 쌀알을 주으며 허리를 굽히다가 어린 유년 시절
빈 논을 다니며 이삭을 줍던 그 때를 떠올렸다.
몇 시간을 서성거려야 한 웅큼 주어가지고 돌아왔는데, 다시 쌀을 씻으며 까마득하게
잊었던 시간을 줍는다. 빈 논을 돌아다니며 우렁 구멍을 뒤지고 이미 캔 고구마 밭에서
흩어진 덩쿨들을 다시 잡아 당겨 주인이 챙기지 못한 고구마를 찾던 기억....
이 것들이 나의 유산이고, 무형의 재산들이다. 나의 부모가 나에게 물려 준 것은
가난과 온갖 유형의 고통 속에 여문 어둔 기억들이었지만 그것들은 정말 소중한
유산이었다.
오늘 아침 나는 계란 부침 1개와 훈제 고등어에 한 공기의 밥으로 조촐하게
만들었지만 그 때 그 기억으로 버무려 최고의 성찬을 만들어 황홀한 시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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