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현실 사이에서

가을 여행 3, 세인트 아이비스의 궁금증

열린문화학교 2011. 10. 5. 05:31



가을 여행 3, 세인트 아이비스의 궁금증




 헤일리에서 20여 분 만에 두개의 만을 돌아 세인트 아이비스에 도착했다. 대서양의 

거친 파도가 몰아치는 거친 바다였지만 매력적인 곳이었다.  9월 말, 비교적 쌀쌀하고 

찬바람이 부는 기후였는데도 관광객들로 붐비고 있었다. 그러나 대부분 

중년과 노년의 부부들로 젊은 사람들은 찾아보기 쉽지 않았다.


도대체 이 바다는 무슨 매력으로 수많은 예술가들을 불러들인 것일까?



 세인트 아이비스의 대표적 여류적 작가인 바바라 헵워쓰 ( Barbara Hepworth)의 조각이 서있는 

언덕에 서서 바다를 보았다. 바바라가 매일 산책을 하던 길목이다. 욕크셔에서 태어난 그녀가 

이 낯선 대서양 바다까지와 삶을 마감한 까닭은 한 남자를 만나 사랑했기 때문이었다.


 좁은 차도를 따라 바다에 들어서며 골목마다 들어선 갤러리와 전시장, 작가들의 작업실이 보였다. 

이처럼 과밀하게 갤러리와 작업실이 밀집되어 있는 거리는 마치 서울 인사동을 연상시켰다. 그러나

 이곳은 인구가 천 만이 사는 서울같은 수도가 아니라 그 천분지 일이 겨우 넘는 만 여명이 조금 넘는 

사람들이 사는 작은 시골의 마을이다.

  

 테이트 미술관도 이곳에 대형 미술관을 개관해 기념비적인 미술적 성소로 부각시키고 있다. 

영국에서 미술을 하는 학생은 물론 유럽에서도 한번쯤은 꼭 들리는 이곳은 정말 이상한 곳이다. 



1959년 미국의 추상표현주의 작가인 마크 로스코도 궁금증으로 수 천마일의 대서양을 건너 

이곳을 방문했다. 60여 년전 뉴욕의 예술가들도 의심찬 눈길로 

이곳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지켜보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하고 찾아왔었다.



1959년 마크 로스코, 월리암 스코트(William Scott )



그렇게 문화사의 중심으로 등장해 주목받던 세인트 아이비스가 왜 절호의 찬스를 놓쳐버리고 

역사의 뒤안 길로 사라지고 만 것일까..나는 늘 궁금했었다. 그러나 현장에서 본 이곳은 온 골목마다 

갤러리와 전시장, 화가들의 작업실이 넘치고 있었다. 그렇다면 세인트 아이비스는 죽은 것이 

아니었단 말인가? 


골목마다 그득차 넘치는 미술이 빈 바다를 빼곡하게 채우고 있는 것 같은 그 모습은 나에게 신선한 

충격을 주었다. 곧 꼬리에 꼬리를 물고 질문이 일어섰다.


이들은 이런 세상 끝의 작은 마을에서 어떤 작업을 하고 있는 걸까?

골목마다 넘치는 갤러리들은 과연 현상 유지를 하고 있는 것일까? 

도대체 얼마나 많은 작가가 있길래 수 개의 미술 협회가 이 작은 도시에 존재하는 것일까? 

과연 이들을 위한 미술 시장이 형성된 것일까? 


나는 그 길에서 나를 잠시 잃어버렸다. 그 질문들이 내가 가지고 있던 본질적 문제들을 

삼켜버린 것이다.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서는 그 질문의 해답을 찾아,  화랑 주인을 직접 

만나고 곳곳이 작업장과 전시장을 방문했다.이건 정말 전혀 예상하지 않았던 일이다.






<다음 장으로 글 계속이어 집니다>